Introduction
21세기 의학교육에서는 질병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재상이 요구되고 있다[1]. 이러한 교육적 요구는 기존의 과학적 의학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총체적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간중심의 의학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의학교육의 과제는 인간의 질병과 고통 그리고 인간 생애 주기에서 마지막으로 맞닥뜨린 죽음에 관하여 의료적 처치와 기술을 통한 생의학적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총체적인 인간 이해로서의 죽음이란 주제를 다루어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다. 이러한 인간중심의 의학교육의 발돋움을 시도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죽음 문학 관점에서 의료인문학 가능성을 살피고 교육적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죽음교육에 관한 선행 연구들에서는 죽음 인식이 주는 교육적 효과와 죽음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다. 죽음에 관한 수용과 인식은 미래 의료인으로서 직면하게 되는 자신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삶의 가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더 해 준다. 또한 죽음으로 연결된 자기와 타자에 대한 인간 이해는 환자와 의료진의 상호소통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2]. 이처럼 죽음교육을 통한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변화는 임상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질병 치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의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죽음교육은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3,4]. 결과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치료적 관계의 개선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의미를 재정립하게 한다. 더 나아가 개인의 가치 있는 삶을 향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기에 의사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에 있는 의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죽음교육은 다양한 교육적 제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에서는 생애주기별 대상과 상담 교육, 심리 교육 분야의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또한 연구 주제 또한 죽음교육의 효과 및 필요성에 관한 제언들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의학교육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죽음교육 제제가 제시되지 못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의학교육의 제제로서 죽음 문학을 통한 죽음교육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문학을 활용한 죽음교육은 간접 경험을 통한 죽음의 직면과 죽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순화할 수 있으며 문학 작품에서의 죽음은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를 통한 성장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통찰로 이어져 타자의 존재와 삶에 대한 성찰을 도울 수 있다[5].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본 연구의 기대효과는 미래의 의사로서 살아가게 될 의과 대학생들이 문학을 매개로 한 죽음의 직면과 수용을 통하여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임상현장에서의 치료적 관계의 통찰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교육적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본 연구는 문학을 죽음교육에 활용함으로 죽음 문학 관점에서의 의료인문학 교육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Death education in poetry
문학에서의 죽음을 다루는 연구에는 문학적 치료를 포함한 작품 속에서의 죽음의 과정과 의미에 대한 이해, 죽음으로 인한 비탄과 애도의 경험이 있다. 또한 생명과 관련한 윤리적 고찰 등 죽음교육의 매개로 활용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6]. 이와 같이 문학 작품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죽음이라는 사건에 시선을 맞춤으로 죽음교육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문학 작품을 활용한 죽음교육의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문학 장르 중에서도 죽음을 다룬 시에서의 교육적 효과는 개인의 경험과 관련된 구체적 상상을 촉발함으로 시에 나타난 상황과 주제가 개인의 경험에 기반하여 상상이 가능한 것이 됨으로써 삶에 대한 자세와 자아에 대한 성찰 및 타자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의료 인문학 관점에서 활용 가능한 시는 Table 1에 제시한 작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시에서의 현장은 창작 과정에서 주체의 체험이 공간의 요소와 미학적으로 결합하여 형성되는 시적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현장성은 지리적 공간과 시적 자아의 외부세계의 체험을 관계 맺는 질적 공간으로서 시적 사유의 과정에서 시적 자아의 성찰과 자기완성의 과정으로 수렴하게 된다[7].
죽음교육으로서 시적 효과는 간접 경험을 통한 죽음의 직면과 죽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순화할 수 있다. 이는 시적 제제를 통하여 인간이 죽음을 마주했을 때 겪는 불안이 삶의 중단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능성임을 가르쳐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시 속에 함축된 내용을 채워가는 경험은 불가항력적 상황에 놓인 주체가 느끼는 감정과 태도를 상상하며 외로움, 불안, 우울 등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이때 죽음의 불가항력성을 다루는 시의 제제는 개인이 느끼고 있는 혼란과 두려움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할 수 있다[8].
시를 통한 죽음의 직면은 삶에 대한 감각을 선명하게 할 수 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척도로 기능하기 때문에 시적 현장성을 통한 삶의 유한성의 인식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직면하게 하고 바람직한 삶의 태도와 가치를 탐구하게 한다 [9]. 이에 죽음에 관한 시를 매개로 한 교육은 학습자들의 경험과 관련된 구체적 상상을 촉발할 수 있는 시적 상황과 주제를 선정함으로 학습자의 경험에 기반한 죽음교육으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죽음에 관한 시를 활용한 죽음교육은 시를 읽는 학습자로 하여금 죽음을 환기시키게 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시적 현장과 대상을 통한 타자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모든 인간은 죽음이라는 보편적 유한성 안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됨으로 타자의 삶을 존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Death education filial piety in novels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있어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특히 인간에게 있어서는 상처와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생명에 대해 더욱 경건할 수 있으며, 타자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의료 인문학 관점에서 활용 가능한 소설에는 Table 2에 제시한 작품을 예로 들 수 있다.
문학 장르 중에서도 소설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서사를 가장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 장르이다. 시가 죽음의 공포나 슬픔을 집약적이고 단편적으로 보여 준다면 소설은 보다 본격적인 내면의 동요 즉 죽음 직전 요동치는 죽음에 대한 인식과 심리의 내막을 소상하게 즉 기승전결까지 가장 핍진 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10]. 또한 류미향은 서사 장르인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 삶의 경험적 세계를 재현하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성찰할 수 있는 무한한 프리즘의 철학적 문제들을 제기한다고 말한다[11].
소설은 인간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다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습자들이 타자의 삶에 감정 이입함으로써 자신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에 좋은 죽음교육의 자료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소설은 경험할 수 없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하며, 주변인들의 죽음이 불러올 혼란과 슬픔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다가올 죽음에 대한 공포와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태도 및 가치를 정립할 수 있게 하며 이는 죽음교육에 있어 소설이 갖고 있는 장점 중의 하나이다. 특히 감정이입을 통해 강한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소설은 아동, 청소년들이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간접 체험함으로써 사랑하는 주변인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게 하며, 실제 주변인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의 충격과 고통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12].
죽음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기에, 누구나 맞게 되는 삶의 마지막 과정인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13]. 소설 속에 표현된 죽음 인식을 활용한 죽음교육은 학습자로 하여금 삶과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이고 건전한 생사관 학습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14]. 더 나아가 죽음을 다루고 있는 이러한 문학 작품들을 통해 학습자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Death education in essays
시, 소설, 영화 등을 활용한 죽음교육 그리고 철학을 통한 죽음교육에 대한 연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에세이를 통한 죽음교육에 대한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도희는 “국어교과서를 활용한 죽음교육”에서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분석하여 장르별로 죽음 모티브와의 연관성을 조사했지만 에세이를 활용한 죽음교육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죽음 모티프가 나타나는 작품은 총 39편이고 그중 18편이 1학년때(46%), 11편이 2학년 때(28%), 10편이 3학년 때 다루어진다(26%). 장르별 분석에서는 문학이 32편, 비문학이 7편으로 나타났다. 문학 부분(82%)에서는 설화 6편, 소설 13편, 시 3편, 에세이 10편(31%)으로 나타났다. 총 39편 가운데 에세이는 10편으로 4분의 1가량 되므로 분량 면에서 적은 편은 아니다[15].
김재명의 “의과 대학생 죽음교육을 위한 국내 저,역서 현황 및 유형과 활용방안”은 2018-2019년 한글서적 70여권을 구입한 후 58권을 선별해서 분석한 논문이다[16]. 국내 저서 28권, 번역서가 30권이다. 58권 중 에세이로 분류되어 소개되는 책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와 말 워쇼가 함께 쓴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있어라”, 퀴블러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가 함께 쓴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 세 명의 의사가 나눈 대담을 엮은 “의사들, 죽음을 말하다” 등이 소개되고 있다. 58권 가운데서 에세이로 분류되는 서적이 3권 뿐임을 감안할 때 죽음교육 관련에서 에세이의 접목에 대한 연구가 더욱 요구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에세이는 장르적 특성상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에세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특수한 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특성이 보편적인 울림이나 메시지로 전환될 수 있다. 에세이는 이론적 전달이나 정보전달이 아니라 개인이 생활 가운데 느낀 점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기 때문에 공감적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죽음과 관련한 에세이를 읽게 되면 의사와 환자의 실제적인 경험이 많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의사와 환자의 내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죽음교육을 시행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료 인문학 관점에서 활용 가능한 에세이에는 Table 3에 제시한 작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에세이는 허구보다는 실제 사건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수사보다는 에피소드가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에세이는 문학작품 가운데서 허구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소설, 시와는 또다른 효과를 가진다. 독자들은 에세이를 접하면서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실제적이며, 또한 가장 진실한 이야기를 읽기를 기대하는 지평이 있기에 현실성을 가지면서도 경험적으로 다가온다는 측면에서 죽음교육에 있어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는 작가의 내면의 의식을 손 가는 대로 풀어가는 것이 특징인 장르다. 작가의 내면 가운데는 작가의 사상이 있으며, 그러한 사상이 메시지가 되어 전달되기도 한다. 에세이는 죽음에 대한 메시지, 인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에세이는 의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보다 직접적인 언어로 풀어서 전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에세이는 죽음교육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문학장르이다.
Discussion
본 연구에서는 ‘좋은 의사’ 즉 미래인재상을 양성하는 의학교육의 목표에 부합하는 인간중심의 의학으로서 의료인문학 교육의 적용점을 모색하고자 문학을 통한 죽음교육의 가능성을 고찰하였다. 미래에 의사로서 살아가게 될 의과 대학생들이 문학을 통한 죽음의 직면과 수용을 통하여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긍정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며 결과적으로는 임상현장에서의 치료적 관계의 통찰을 더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방향을 생각하면서 시, 소설, 에세이를 활용하여 의료인문학의 관점에서 문학을 통한 죽음교육 가능성을 연구하였다.
연구결과, 시를 활용한 죽음교육의 가능성은 시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징적인 언어로 함축된 죽음의 시를 매개로 교육하면 학습자들의 경험과 관련된 상상력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적이었다. 소설을 활용한 죽음교육의 가능성은 소설이 갖고 있는 전이적 경험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에세이를 활용한 죽음교육의 가능성은 에세이가 지닌 공감적 경험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세이는 허구보다 실제 사건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저자의 직접적인 체험과 이에 수반되는 정서를 제시하는 것이므로 죽음교육에 있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죽음 문학을 활용한 죽음교육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첫째, 미래 의사로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 하겠다. 문학을 활용한 죽음교육은 간접 경험을 통한 죽음의 직면과 죽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순화할 수 있다. 누구보다 죽음을 빈번이 접하는 의사는 죽음에 대한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며 이러한 가치관은 죽음의 인식을 토대로 한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가졌을 때 가능하다.
둘째, 치료적 관계의 상호성을 도모한다. 문학을 통한 죽음의 직면은 문학적 감수성과 직관력을 촉진함으로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자신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환자와의 죽음의 전이적 경험을 통하여 임상에서 만나게 될 환자의 경험까지 공감할 수 있는 공감의 발달로 이어지는 것이라 하겠다. 죽음으로 연결된 자기와 타자에 대한 이해는 환자와 의료진의 상호소통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이다. 문학을 매개로 한 죽음교육은 문학적 감수성과 직관력 개발을 촉진함으로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문학을 통한 죽음교육은 통계자료와 과학적 의학교육으로 인해 적용하지 못했던 의료인문학적 교육을 통합함으로써 환자와 치료자 관계에서의 임상적 통찰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본 연구는 의학교육에서 인간의 죽음에 관한 과학적 의학으로서의 이해뿐만 아니라 전인적인 인간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료인문학 교육의 통합과 조화를 시도한 것이며,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로서 임상·기초의학적 토대 위에 인간중심의 의학으로서 죽음교육의 방향성을 통합 및 개선하는 의료인문학 교육의 적용점을 제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본 연구는 문학을 활용한 죽음교육의 가능성 탐구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실제적인 적용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