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의료인문학이 도입된 지 약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통합교육 과정 내에서 의료인문학의 정의, 개념, 범위, 교육주체, 수업방법 및 평가 등에 대해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로 의료인문학이 서구와 다르게 우리나라에 도입된 배경이 다른 것을 손꼽기도 한다. 서구에서는 현대 의학을 과학의 영역으로만 지나치게 접근시킴으로써 비인간화에서 시작된 비판적 반성에서 의료인문학이 태동했다면, 우리나라는 의사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의료인문학이 긴급하게 소환되었다[
1]. 즉, 한국의 의료인문학은 사회•정치적 요구와 얽혀서 시작된 외형적 조건과 휴머니즘이라는 인문학 본연의 목적을 의료에 녹여내는 내재적 조건을 빠른 시간 안에 함께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환자를 지지하는 관점에서 이 두 가지를 묶으면 의사의 사회적 책무성의 인지와 의료인문학은 깊게 연결된다. 사회적 책무성은 전문가로서 지녀야 할 책임행위 완결의 일종으로, 사회적 의무(social obligation)를 인식하는 사회적 책임감(social responsibility)과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고 참여하는 사회적 대응성(social responsiveness)을 기반으로 한다[
2]. 이러한 사회적 책무성의 관점에서 의과대학의 교육목적은 보건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건강증진 및 건강평등이라는 사회적인 의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는 역량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3]. 이렇게 본다면 의료인문학의 주된 맥락은 생명윤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생명윤리는 크게 연구윤리와 임상윤리로 나누어지며, 연구윤리는 의학적 지식 생산의 정당성을 주제로 하는 것이고, 임상윤리는 환자-의사 관계 또는 죽음윤리 등 의료 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4]. 이를 기반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으로는 현재 및 예측 가능한 변화에 따른 미래의 건강, 의료자원 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 요구를 탐색하게 되면서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제안되기 시작하였고,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한국의학교육학회를 필두로 국내 의학교육계가 의료인의 책무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현재는 개념 정립 단계에 있다[
5]. 따라서 의학교육의 새로운 진보를 논하는 이 시점에서 의료인문학의 기본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에 의료인문학의 교육 필요성과 가치에 대한 재 고찰을 통해서, 국내 의과대학의 의료인문학 현황을 분석한 선행연구[
6]를 바탕으로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의 의료인문학 교육 방향성도 모색하였다.
The need and value of medical humanities
교육은 지식 전달과 함께 ‘좋은 가치를 지향’하기 위해 ‘사유•실천하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매순간 합리적인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다. 이런 이성적 자율성을 삶에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은 건강한 사고 및 생활습관의 형성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결국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이성적 자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7]. 스피노자는 ‘행복이란 올바른 삶을 살아서 얻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올바른 삶 그 자체가 축복’이라고 했다. 즉, 올바른 삶을 행복하게 여기는 것은 ‘욕망을 억제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삶’ 그 자체를 자율적으로 즐길 줄 알고 즐거워할 줄 알기 때문이다[
8]. 환자지지와 국민건강 증진을 토대로 하는 사회적 책무성 역시 의무의 일종으로만 인식된다면, 이것은 자율성에 입각해 의사 개인의 행복한 삶을 구축하는 교육 본래의 내재적 목적과는 결을 달리 할 수도 있다[
7]. 의료인문교육은 사회적인 책임과 의사 개인의 행복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행위 방식을 동시에 길러 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외적동기와 내적동기가 학생들의 성장에 함께 작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자신의 삶에 대한 자족과 의사로서의 충만한 삶의 의미를 드러내는 하나의 중요한 방식이 사회적 책무성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 본질적 특성을 잘 담고 있어야 할 의료인문학 교육에서 이러한 면이 잘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들을 통해 성찰할 수 있다. 먼저, 2021학년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의 학생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의과대학 만족도는 보통 이상이 86%이고, 의과대학 적성 만족도는 보통 이상이 91%였다[
9]. 이에 더해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만족도가 높은 직업 상위 10개에 의사 및 의료관련 직종들이 7개를 차지하고 있고, 2020년 현직 의사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직업만족도 조사에서는 보통 이상으로 만족을 하는 경우가 83%였다[
10,
11]. 그러나 2019년 현직 의사 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연구에서는 의사들의 직업 만족도에 대한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조사자의 26%가 의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응답하였고, 자신의 아이를 의과대학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20.6%가 응답하였으며, 특히 7.3%는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답했다[
12]. 일반적으로 다른 직업에 비해 의사의 직업 만족도가 높지만, 의학교육은 20% 이상에서 보이는 불만족과 후회하는 비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 이유가 적성의 문제인지 적응의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응의 문제라면 의료인문학 교육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하고, 상호관계와 의료 환경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설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2017년 현직 의사 8,564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직업에 대한 불만족 비율을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30대에서 60대로 갈수록 15%에서 22%로 불만족 비율이 점차 증가 추세를 보였다. 60대 이상의 의사들이 예상하는 현직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70세 초과 80대 이하로 가장 많이 대답하였다[
13]. 이를 종합해볼 때, 의사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직업에 대한 불만족의 비율이 더 증가하며, 향후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의사로서 살아가는 시간도 더 길어짐에 따라 이런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고 주동적으로 대처하는 심적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 의료인문학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일상에서 지속되는 번아웃(burnout)은 일상에서 불만족을 표출하는 태도로 굳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2019년 미국의 10,00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번아웃과 우울(depression)을 주제로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이를 살펴보면 교육의 방향성을 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14]. 이 조사에서는 번아웃을 휴식 후에도 피곤이 계속되고 짜증이 나고 잦은 불만을 표출하는 심리상태로 정의하고 설문한 결과, 42%의 의사가 번아웃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고, 15%는 우울감이 있다고 하였는데 특히 그중 3% 실제로 임상적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하였다. 또한, 20대부터 번아웃 빈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45~54세에 약 50%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런 결과를 대입해 보면 아직 한국에서의 연구는 없었지만 한국 의사에게서도 비슷한 경향일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12,
13]. 번아웃 유발 요인은 진료 이외의 사무적인 일이 가장 높았고, 이어서 과도한 업무시간과 동료관계였다. 우울감이 환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40%가 영향이 없다고 하였지만, 쉽게 화를 내게 되거나(33%), 환자의 말에 잘 경청하지 않게 되거나(32%), 불친절하게 된다(29%)고 응답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차트 기록을 소홀히 하거나(24%), 평소에 안하던 실수를 저지르거나(14%), 환자의 건강에 피해가 될 수도 있는 실수를 한다(5%)고 응답한 것이다. 이런 영향을 끼치게 되는 우울감을 유발하는 이유는 업무적인 부분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경제적인 문제와 가족관계가 뒤를 이었다. 번아웃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50%가 운동이라고 대답하였지만, 33%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섭취, 22%가 음주를 통해서 해결한다고 했다. 이처럼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이해 등을 통해 자신을 잘 관리하며 좋은 의사로서 살아가는 습관과 삶의 방식에 대한 교육이 의사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의료시스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2021학년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의 학생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예과 1학년에서 의학과 2학년까지 지각된 우울과 지각된 스트레스의 지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2017년부터 5년 간의 평균에서도 지각된 우울이 59.2%, 지각된 스트레스가 70%에서 나타났다.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는 학업 및 성적(54%), 인간관계(29%), 경제적 문제(5.4%), 진로문제(4%), 가정문제(2%) 등으로 다양했지만, 이러한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앞선 조사[
14]에서 미국의사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33%), 음주를 하거나(22%), 폭식을 하거나(20%), 흡연(3%) 등을 통해서 번아웃을 해소한다고 한 것과 같이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의 생활실태 조사[
9]에서도 음주를 하는 학생들 중 73.4%는 술을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해소된다고 대답하였고, 흡연을 하는 학생들 중 89.5%는 담배를 피는 것으로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없앨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조사결과를 통해 의료인문학의 교육 필요성 및 교육 가치를 정리해보면, 의료인문학교육과정에서는 먼저, 환자지지 등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 교육을 넘어서, 자신의 일상과 삶을 건강하게 구축할 수 있게 하는 사유 및 생활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인성교육 및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교육도 규범적 행동양식의 지식 전달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를 자각하는 데 중점을 둠으로써 내적 동기 부여와 주체성을 함양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학생들이 실제적 교육 가치를 임상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의료인문 교육은 프로페셔널리즘 역량을 갖출 수 있게 심적 토대를 구축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의학교육에서 최종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인 의료전문가의 특징은 진료, 인성, 자기개발, 환자지지, 의사소통, 문제해결과 연구 모든 영역에서 탁월한 프로페셔널리즘 역량을 갖고 있는 것이다.
The curriculum of medical humanities and educational direction
2021학년도에 선행연구[
6]로 국내 40개 의과대학에 개설된 총 802개의 의료인문학 교과목을 분석하였는데(
Table 1,
Fig. 1), 의예과 1학년에서 238개, 의예과 2학년에서 153개, 의학과 1학년에서 121개, 의학과 2학년에서 117개, 의학과 3학년에서 90개, 의학과 4학년에서 83개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목 수는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각 교과목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의 6가지 졸업성과(진료, 문제해결과 연구, 의사소통, 환자지지, 자기개발, 프로페셔널리즘)와 인성교육, 즉 7가지 갈래로 분류해 보았다(
Table 1). 먼저, 환자지지에 관한 교육이 전 학년 평균 35%로 가장 높았고, 의학과 1~3학년의 3개 학년의 평균은 48%에 달했다(
Fig. 1). 프로페셔널리즘 교육은 6개 학년 평균 24%로 의예과 2학년(23%), 의학과 2학년(24%), 의학과 4학년(48%)에서 많이 교육하고 있었다. 인성교육은 6개 학년 평균 16%로 의예과 1학년(45%), 2학년(24%)에 집중되어 있었고, 자기개발은 6개 학년 평균 8%로 주로 의예과 1학년(12%), 2학년(13%)에서 주로 교육되고 있었다. 진료는 6개 학년 평균 7%로 학년별로 거의 고른 분포를 보였고, 의예과 2학년(10%)과 의학과 3학년(10%)때 교육 비율이 가장 높았다. 문제해결과 연구는 6개 학년 평균 5%로 의예과 1학년(6%), 2학년(8%), 3학년(7%)에서 고르게 높은 비율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의사소통은 6개 학년 평균 4%로 의학과 1학년(6%)과 의학과 2학년(6%)의 수치가 약간 높았다. 의사소통은 환자지지 영역의 의료면담 과목과 교육내용이 중복되기는 하나, 의학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커뮤니케이션의 기초 및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나 토론 수업의 교과과정을 포함시켰다.
한편, 2021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 학년별 인성덕목 요소의 중요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의예과1~2학년에서는 자제력과 성실, 의학과1~2학년에서는 배려와 소통, 의학과3~4학년에서는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나타났다[
6]. 이는 국내 의과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료인문 교육과정의 맥락과 비슷하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순차적이고 충만한 이해는 궁극적으로 의료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요구나 행위규범을 개인의 일상에 잘 이식시키는 것에 완충작용과 강화작용을 해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의료인문 교육은 먼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제력과 성실의 자세를 함양하고(의예과 1~2학년), 이어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 및 의료 관계자들을 배려하고 소통할 줄 알며(의학과 1~2학년), 최종적으로 자신•가족•스승•학교•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무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주체적으로 자신의 일상에서 실현(의학과 3~4학년)시켜 낼 수 있도록 세 단계로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졸업성과 및 인성교육의 분류방식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을 분석해 보았다(
Table 2). 학년별 교육과정으로 살펴보면 첫째, 생명과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의예과 1~2학년에서 「인성교육실습(1)」, 「의학입문및체험실습」, 「행동과학」, 「더불어사는의사(1)」 등의 과목을 통해 존재의 소중함과 인간의 속성을 탐구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경험을 하고, 둘째, 본격적인 임상통합교육을 학습하는 의학과 1~2학년에서는 질병 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까지 이해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동료 의료인들과 소통하며, 경청•소통•공감하는 역량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의료관리와지역사회(1,2)」, 「의료관리와지역사회(1,2)」, 「더불어사는의사(2)」, 「진로탐색」 등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임상의학을 대함에 있어 윤리기준을 준수하고 의사로서 책임과 소명의식을 배양하고자 하며, 마지막으로 임상실습 과정에 중에 있는 의학과 3~4학년은 지역사회 속 전문 의료인으로서 프로페셔널 한 자세•태도를 배양하고, 사회적 책무성을 체득하기 위해 「환자안전」, 「의료법규」, 「인성교육실습(2)」, 「더불어사는의사(3)」을 학습하고 있다.
이에 더해, 졸업성과에 따라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을 분류해 보면 환자지지(25%)와 문제해결능력(25%)에 집중적인 교육을 하고 있고, 프로페셔널리즘(20%)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다음으로 자기개발(10%), 진료(10%), 인성교육(10%) 영역 순이었다. 사실, 한 과목 안에 다양한 인문학적 요소와 졸업성과가 융합되어 있고, 수업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덕목을 아우를 수도 있다는 것을 교과목 명이나 교과목 개요만으로는 모두 반영하지 못한 한계점을 가지지만, 이 연구를 통해 향후 교육과정 개선을 위해 거시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이러한 연구결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Discussions
이번 연구에서 의료인문학의 교육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재 고찰을 통해서, 국내 의료인문학 현황 분석을 한 선행연구[
6]를 바탕으로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검토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의료인문학의 교육방향성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향후 의료인문학 교육에서 고려되어야 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첫째, 의사소통과 프로페셔널리즘 교육을 위해서 커뮤니케이션의 개념 및 기초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정치•경제•사회•인권•의료정책 및 시스템 문제 등을 임상의학에 적용하기 위한 토론 수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인성교육 영역으로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비롯한 예술교육, 의학사, 고전 및 글쓰기 교육이 필요하겠다. 셋째, 자기개발 영역에서는 동기유발과 진로탐색을 위한 멘토•코칭•상담교육이 구성되어야 하겠다. 넷째, 진료 및 문제해결 능력 함양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보건시스템과학(health system science) 등의 미래 의료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교육이 통합과정 내에 적절히 융합된다면 자신•타인•세계로 점차 시야를 확장하면서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정체성을 잘 형성하여, 건강한 일상 구축을 해내는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방법적인 측면으로는 의료인문학은 지식 위주의 암기식 교육을 줄이고,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해 현상에 대한 목적과 이유 등의 본질을 탐색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주는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강의-토론-발표 3차시를 하나의 세트로 묶어 학생들의 사유와 담론이 수업의 중심이 되도록 구성할 수도 있겠다. 아울러 의료인문학이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과목들과 자연스럽게 융합해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 내용이 포함된 교육과정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주된 평가방법으로는 동료평가지를 통해 동료를 평가하지만, 지식•술기•태도에 관련된 항목에서 동료의 의견이나 자세 중 자신이 배울 점과 동료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점을 중심으로 평가하도록 유도하고, 평가 내용이 동료의 성적이 아니라 자신의 성적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도 제안한다. 이는 긍정적인 자세로 수업내용에 대한 관심 및 후속적인 탐구에 대한 호기심, 배려와 성장의 가치들을 학생들이 교육과정 중에 체득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의 체화에 대한 교육 성과는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과 성장이 주는 충만함을 스스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책무성을 책임이나 의무가 아닌 기쁨으로 여길 수 있는 내적 자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향후, 학생들이 겪어야 할 의료환경은 현재보다 더 많은 딜레마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번아웃, 우울감, 스트레스, 좌절감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하는 건실한 태도를 함양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회복탄력성을 높여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를 길러주는 것이 의료인문학의 교육철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평정심을 삶의 기본적인 자세로 갖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의사로서, 긴 안목을 가진 삶의 목적 수립과 의사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이 요구된다. 더 급변할 사회에서도 ‘좋은 의사는 좋은 사람’이라는 의술 본연의 목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향후 의료인문학의 교육학적 의미 고찰과 실제적 교육 방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이다.